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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운영진 on 2022-11-17
“몸속의 세포는 동그란 구형으로 성장하다가 주변의 다른 세포를 만나며 육각형 모양으로 변형된다. 이 세포를 냉각시키면 육각형 모양의 세포가 수축되며 다시 구형이 된다. 이 시점에 필러·보톡스 등 주사 시술을 하면 세포 파괴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급속정밀 의료냉각 마취기기를 선보이는 김건호 리센스메디컬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자사 핵심 기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회사는 황반변성 수술을 위한 안과용 마취기기와 피부과용 통증완화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최근 LG화학과 피부과용 의료기기 ‘타겟쿨’에 대한 사업 협약을 맺었다. LG화학은 이번 협약을 통해 자사 필러, 보톡스를 활용한 미용 시술시 통증을 최소화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타겟쿨은 이산화탄소를 냉매(냉각시 열을 전달하는 물질)로 활용한다. 원하는 온도와 분사 시간을 설정하면 냉각제가 분사된다. 김건호 대표는 “냉각제 분사시 외기, 체열 등 외부 변수로부터 오는 피드백을 조절해 도달하고자 하는 냉각 온도를 산출하고 이를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이라며 “온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체내에서 단백질 통로를 오가며 신호를 전달하는 이온의 속도가 줄어드는데, 이 시점에 마취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피부과에서 보톡스를 시술할 때 사용하는 마취크림은 마취까지 30분~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타겟쿨은 10초 이내에 통증 완화 효과를 낼 수 있다. 타겟쿨을 활용해 냉각제를 분사하면 이 뒤에 바로 필러·보톡스 등 주사 시술을 하는 원리다. 마취 시간뿐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고통도 덜었다. 리센스메디컬에 따르면 타겟쿨 사용시 통증척도인 시각아날로그척도(VAS) 수치는 1.5~2 수준을 기록했다. 마취크림의 경우 VAS가 2~3 정도에 달한다. VAS가 10에 가까울 수록 느끼는 통증이 크다는 의미인데, 마취를 하지 않고 보톡스를 맞았을 때의 VAS는 7에 해당한다.
리센스메디컬은 지난해까지 타겟쿨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서 안전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9월 미국 오스틴에 미국 법인 ‘쿨헬스’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섰다. 현재까지 미국 유명 미용성형 체인인 ‘웨스트레이크 더마톨로지’와 계약을 맺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중동지역 내 시장점유율 1위 의료기기 유통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확장에 나서는 중이다. 김 대표는 “다른 국가들의 미용시술 수가가 국내보다 높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시장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센스메디컬은 이번에 맺은 LG화학과의 협약을 계기로 국내 및 중국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안과용 마취기기 ‘오큐쿨’에 대한 FDA 임상 3상도 마친 상태다. 오큐쿨은 열과 전기가 직접 치환되는 열전기술을 활용해 안구 세포를 급속냉각해 마취한다. 냉장고에서 팽창과 압축 과정 등을 거쳐 냉각효과를 내는 프레온가스의 역할을 전자가 대신한다. 김 대표는 “황반변성 수술을 위해 마취부터 주사까지 하는 시간이 10~15분 걸리는데, 오큐쿨을 활용하면 이 시간이 1분30초 정도로 줄어들고, 마취 대기 시간은 80% 감소한다”며 “눈에 머금고 있으면 따갑던 기존 마취제에 비해 부작용이 덜하다는 환자 피드백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말 정도에는 오큐쿨도 시판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급속냉각 온도제어 기술을 마취뿐 아니라 면역·재생 분야까지 확장 적용시킬 계획이다. 냉각을 통해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온도 조건에서 아토피 피부염 등 염증이 가라앉을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면 치료 효과까지 기대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시리즈C까지 누적 투자금액 534억원을 기록한 리센스메디컬은 상장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가열 부문에서 레이저가 있다면 냉각 부문에는 ‘리센스메디컬’이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회사를 이 분야 선두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